[도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 박완서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작가 박완서가 남긴 많은 단편 중에서 1971년 3월 부터 1975년 6월까지 발표한 작품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부조리한 현실세계에 안주함으로써 더 큰 절망감에 빠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자신과 동시대인들의 삶을 타락한 현실과 싸우는 문제적인 개인이 아닌 그것을 포기한 존재들의 삶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 - 박완서 >

 

목차(Contents)

 

세모

 인수네는 아내가 기적이라고 표현하는 부동산의 상승과 남편의 상재, 그리고 부자들의 허영심을 이용해서 부를 축적함.  점점 사업을 넓히면서 돈을 더 벌게 되고, 그 돈을 세는 재미가 최고의 즐거움임. ‘맹자님이 지금 세상에 살아 계시다면 별 수 없이 돈 세는 재미를 인생 삼락 중 으뜸가는 열락으로 꼽으셨으리라.’ 라는 부분에서 돈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음.

 그러나 아내는 아들의 학교에서 ‘밍크목도리＇를 한 여자들이 쌓은 난공불락의 성새에 막혀 선생님에게 접근조차 할 수 없었음. 아들을 위해 그 성새를 뚫어보려고 하지만 오히려 좌절감만을 느끼고, 본인이 가장 좋아하던 백원짜리를 구겨진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돈이 추하다고 생각하게 됨. 이전의 스승과 제자, 스승과 제자의 어미 사이에 대화가 있었던 때. 지금처럼 허세와 허위가 성새처럼 가로막고 있지 않던 때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가 아니었을까...

 

 

어떤 나들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궁핍하지도 않은 중산층 가정의 아내는 오늘도 열한평의 집 안에 머무르고 있다. 그 집에는 돈을 조금밖에 벌어오지 못하고 아내에게 일을 조금밖에 주지 않는 남편과 보살핌이 아주 조금밖에 필요하지 않은 자식들이 있음. 남들이 이야기하는 팔자 좋은 여자이지만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이 소외되어 있음.

 아내는 술을 마시고, 남편이 싫어하는 옷을 입은 후 이 열한평의 파수꾼에서 벗어남. 하지만 잠시동안의 일탈 후 술이 깨면서 잠시 빠져나왔던 열한평으로 돌아감. 아내가 하지 못한 주체적인 삶을 살 수 있다면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가치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게됨

 

> 현대사회에서는 돈을 가지고 있어야 좀 더 편하고 즐거운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돈이 너무 없으면 불편하고 어려운 삶을 살 확률이 좀 더 높습니다. 그래서 누구나 돈이 필요하고 가지고 싶어합니다.

저 역시 제가 하고 싶은 일, 가지고 싶은 것을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그런면에서 돈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돈 때문에 저한테 더 소중한 다른 것을 놓치고 싶진 않습니다.

 저도 아이들이 더 크기 전에 같이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은 이유가 컸습니다. 이전에는 업무때문에 집에서 짜증도 내고 주말에 어디를 가거나 하는 일이 적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전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더 만족스럽습니다.  돈이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사용할 수는 있어도 다른 것까지 포기해야 하는 목적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느 시사한 사내 이야기

 주인공은 부친으로부터 꽤 기틀이 잡힌 면직물 공장을 물려받았을 때도 어쩔수 없이 물려받았을 뿐 사업에 대한 의욕이나 욕망이 없었음.

 그 뒤로도 여러가지 사업을 했지만 실패하며 쉽게 포기하고 말았고, 그 이유를 외부로 돌리며 멀미가 나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유지할 수 없었다는 변명을 함. 자신의 아이들을 잃고 난 후에도 본인이 비통함을 감당하기 보다는 남의 비통을 위로하는 입장을 취하며 피하기만 함. 하지만 결국 자신의 죽은 아이들과 아랫동네 김복록 노인을 계기로 도피하고 굴종해야 하는 것이 아닌 감당하고 극복해야 할 것으로 느끼며 진취적인 생각을 갖게 됨.

 우연히 벼락부자가 된 아랫동네 김복록 노인은 부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가난하고 어수룩한 사람들에게 공갈을 치며 살아가고 있음. 점점 권세를 부리는 것에 재미가 들려 지속적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행동을 함. 하지만 자신의 협박이 먹히지 않는 사람을 만나게 되자 다른 방법으로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하고 지하실을 무리하게 확장하다 장마로 무너진 땅 안에서 죽음을 맞이함. 결국 김복록 노인은 자신의 과도한 욕망에 잡아 먹혀 버리고 말았음.

 

> 욕망은 식욕, 관계욕, 성취욕, 소유욕 등 인간의 삶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힘과 하고 싶은 의지를 갖게 합니다. 개개인의 욕망은 사회를 다양하고 풍요롭게 하며 사회발전의 기반이 됩니다. 반대로 욕망이 없는 삶은 무기력하고 의미없는 시간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 나면 새롭고 더 높은 목표를 추구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작은 성취에도 만족하지만 욕망이 커질 수록 그 성취감은 점점 줄어 들게 됩니다. 그렇게 욕망은 점점 커지게 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과도하게 욕망을 추구하는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과거 역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전쟁, 약탈, 폭력 등을 이용해 타인을 구속하거나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면서까지 본인의 욕망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모두에게 불행한 결말을 가져오게 됩니다. 본인 스스로 욕망을 조절하며 통제할 수 있어야 욕망에 잡아먹히지 않고 삶의 에너지로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욕망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독서, 운동,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유지 등을 통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합니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적정한 수준의 욕망을 정하고 그 욕망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습니다.

 

 

도둑맞은 가난

 주인공의 가족은 어머니는 허영이 심한 사람이었음. 아버지가 실직 후 사업을 하다가 망한 이후에도 어머니는 현실을 인정하려 들지 않고  돈도 벌려 하지 않았음. 결국 산동네의 월세방에 사는 신세가 되었고, 가난에 길들여 지기를 거부한 가족들은 결국은 연탄불을 피워 놓고 방에서 자살을 함. 혼자 남은 여자는 방세, 연탄값, 반찬값 등 생활비를 아낄 수 있다는 이유로 상훈에게 같이 살자고 함. 둘이 같이 사는 중요한 이유는 서로 좋아하기 때문이지만 여자는 상훈이 먼저 말하는 것을 듣고 싶어 이야기 하지 않음.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던 상훈은 집에 나타나 자신이 부유한 집의 아들임을 밝히고 가난을 경험하기 위해 잠시 나와서 지냈음을 밝힌다. 상훈이 삼만원을 주면서 주인공을 훈계하자 자기를 좋아하지 않음을 알게 되고, 상훈을 내쫓음. 상훈이 떠난 뒤 혼자 남은 방에서 자신의 가난조차 훔쳐간 상훈을 비난하며 절망함

 

 

서글픈 순방

 남편은 현재의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주변을 원망하는 스타일의 인물. 부인이 이 악물고 줄여서 부은 적금 오십만원을 보고도 좋아하기는 커녕 빈정대기까지 함. 본인의 체면 때문에 땅 위에 움막을 짓고 조금씩 집 모양을 엉궈가기 보다는 남에게  내 집같이 보일 수 있는 독체 전세집을 원함. 하지만 부족한 돈과 갓난아기까지 있는 형편때문에 쉽게 집을 구하지 못하자 남편은 아이를 처가에 잠시 맡기고 집을 구하게 됨. 이삿날 아기를 데리고 들어가기로 했지만, 남편은 자신의 허영심이 동할 만한  새 집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걸 차일피일 미룸. 아이를 처갓집에 맡기고 행복한 부부인 척하는 남편을 보며 아내는 저런 더러운 남자가 남편이라는 서러움에 웩웩 울 수 밖에 없었음.

 

> 사람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를 비교하고 순서를 매기는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때 남들에게 높게 평가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허세와 위세를 부리게 됩니다. 제페토 같은 메타버스에서 본인의 부캐를 생성하고 현실보다 더 투자하여 꾸미는 것도 사실은 현실에서 불가능한 부분을  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영을 추구하는 사람은 보통 자존감은 약하고, 자존심이 높으며, 자기 방어적인 면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우월한 존재로 인식되고 싶어해 직책,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의 외부적인 요인에 관심이 많습니다. 또 실제 자기의 모습보다 훨씬 뛰어난 사람인 것으로 포장해야 하기 때문에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하는데 익숙한 편입니다.

 허영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자존감이 낮으면 주변 사람들의 비교나 평가에 의해 정신적으로 흔들리게 되고 결국엔 허영을 추구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부에 보이는 허상뿐인 자신의 모습이 중요한가 아니면 본인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한가에 대한 본인의 객관적인 판단이 중요합니다.